8월22일, 8월29일 광청종주를 하였습니다.

모두 기습 폭우가 내렸는데..

 

일기 예보상으로도 비가 온다고 했음에도 청광종주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라는 생각에 그냥 가 보았습니다.

 

우담산(발화산)이 청광종주의 중간지점으로,

이 곳을 지나는 산객의 수를 보고 오늘은 청광종주자들 많구나 적구나를 가늠해 보는데,

 

비오는 날은 평소의 1/3 수준의 등산객들이 있군요.

 

다만 평소랑 차이가 있다면,

장비들이 대부분 좋으며, 속도도 저보다 대부분 빠르며,(제가 중상급 정도 입니다)

많이 다니신 분들 보면 남녀할거 없이 하체가 전사의 하체인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대부분 그런 체형의 분들이었습니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넘쳐나죠 ㅎㅎ

 

배낭 레인커버들은 다 하셨던데,

판초우의 없이 그냥 가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중 일부는 역시나 비오는 날 긴바지 or 짧은바지 고민을 하고 계셨고.. ㅎㅎ

월급쟁이 직장인이라 주말에만 산행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멀리는 못가고 청광종주만 주로 하고 있는데,

2주 연속 산행중에 게릴라성 폭우를 만났습니다.

 

나름 모든 장비가 생활방수 정도는 되는 고급(?) 장비입니다.

 

아크테릭스 레프로이 팬츠

마무트 바람막이

스카르파 고어텍스 트레킹화

CAPO 고어텍스 모자

클라터뮤젠 30리터 배낭

 

여름산은 나무가 비를 왠만해선 막아주기 때문에,

저정도의 장비로도 충분히 다는는데 문제는 없었는데,

지난주에 만난 기습폭우에는 속수무책이더군요.

 

우두두둑 떨어지는 강한 빗살에,

바지는 방수의 기능을 상실하고 뚫리고,

허벅지와 종아리를 타고 스며든 물이 등산화로 향해,

결국엔 신발내부에 하체에 모든 물이 모이는 상황으로..

신발은 방수여부와 상관없이 종아리로 부터 타고 들어온 물기를 양말이 먹어버리고,

엄청난 양의 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침수(?)됩니다.

 

상의는 그럭저럭 버팁니다만,

역시 더운 여름날씨에 통풍, 열발산이 어려워 기력이 떨어집니다.

 

모자는 나름 강력한 고어텍스라 물기는 잘 막습니다만,

모자챙이 많은 양의 빗물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아래쪽으로 처지니 시야를 계속해서 가립니다.

 

클라터뮤젠 배낭은 레인커버 없이도 잘 다녔고 그동안 만족감이 좋았습니다만,

기습 폭우 앞에서는 ㅠㅠ

가방을 열어보니 물이 출렁거리고 ㅠㅠ

결정적으로 역삼각형 구조의 가방이라 내부로 스며든 물이 바깥으로 세어나오는데,

엉덩이쪽에 지속적인 물을 공급하여 방수력을 급저하시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

 

고민을 해보니,

첫번째로 중요한 건 신발이 침수되지 않는게 가장 중요할 것 같네요.

 

판초우의, 레인코트가 하의를 조금이나마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장시간 판초우의를 사용해본 경험상 그 답답함은 말 할 수 없을 정도이며,

물은 어떻게든 안쪽으로 스며듭니다.

 

하계용 자켓은 일단 방수 성능이 나쁘지 않음을 확인했으니,

하의는 빗물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덧바지가 장거리 트레킹시에는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신발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게이터도 필요할 듯 하구요..

 

모자는 방수가 되더라도 빗물에 모자챙이 처지지 않는 구조여야 한다는 결론..

 

배낭은 레인커버 필수 인 것 같네요..

믿었던 클뮤가 뚤리다니 -_-;;

 

아..

 

그냥 큰 골프우산이 답일까요? -_- 

 

산에서 왠지 우산은 반칙일 것 같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장시간은 무리이지만 소나기성 기습폭우를 피하는게 목적이라면 우산이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조사를 해보니,

하계용 팬츠중에 빗물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제품은 없는 듯 합니다.

 

저는 몸을 혹사시키는 고행이 취미입니다.

1년에 최소 2회 정도는 제주도 올레길을 걷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한여름에 걸은적이 없어서,

무식하게 돌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2020.8.14

 

4박5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내려와 공항에서부터 동쪽으로 올레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보통 하루 30km 내외로 걷습니다만, 

날씨가 더울것을 감안하여 20km 정도를 목표로 걸어봅니다.

 

독거노인인데 피부가 타서 검은 피부가 되는 것 만큼의 비극은 없기 때문에 중무장을 하고 걷습니다.

공항에서 3km 거리의 용두암인데 이때만해도 이정도는 예상한 수준이지..

하고 걷습니다.

 

동문시장에 도착하여 고기국수에 김밥한사발 합니다.

제법 유명한 집이라고 하는데 김밥은 별로였고, 고기국수 육수가 조미료와 재료가 적절히 잘 융합된,

깔끔하게 잘 떨어지는 맛이었습니다.

 

식사하고 본격 걷기 시작합니다.

 

오후 12시..

온도가 33도 입니다.

몸이 타들어갈 것 같은데 땀이 나서 바로 증발해 버릴 만큼 몸이 불타 오릅니다.

 

바다 구간이 대부분인 길이라 그늘이 전혀없습니다.

 

사진은 이뻐 보이지만 몸은 불덩이가 되어 그늘을 못 찾으면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옥과 같은 뜨거움..

아이러니하게 풍경은 어느 계절보다 기가 막힙니다.

바다는 에메랄드빛깔이 아니라 그냥 에메랄드입니다.

 

너무 더워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그늘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그늘로 들어가 그냥 눕고 싶습니다.

 

 

엄청난 열감, 현기증, 속이 매스꺼움, 기력저하, 체력급저하가 몰려옵니다.

신기루도 보입니다.

해안 곳곳에 이런 정자들이 보입니다.

여름이 아닌때 오면 이게 왜 이렇게 많이 보이지 했으나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정자는 여름에 다 쓰러져 죽는걸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구나..

여름 올레길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입니다.

그나마도 동네 지역 주민들이 마실나와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방인인 저에게 허락된 자리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바지가 땀에 젖었고 도저히 못 걷겠습니다.

 

가방안 물병의 물은 뜨겁습니다. 커피믹스 정도는 쉽게 녹을 만큼..

 

장거리 트레킹 만큼은 누구보다 자식있었는데,

하루 20km 도 못가고 이렇게 퍼지다니..

 

버스탈 기력도 남아있지 않아 비싼 택시타고 숙소로 갑니다.

 

숙소에서 가까운 음식점에서 고등어회 충전..

역시 그렇듯 하루 겪었던 고통이 모두 사라집니다.

다만 몸 전체가 찜통에 익은 느낌이라 열감과 따가움이 공존하는 몸 상태입니다.

 

아침이 되었습니다.

어제의 고통은 오늘을 사는 지혜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같은 식당에서 회국수 한사발 호로록하고 길을 나섭니다.

 

1시간 걸었나..

죽을 것 같습니다.

 

그늘 한점 없는 해변..

 

아이러니하게 불지옥입니다.

 

현기증, 기력저하, 체력저하가 급격히 몰려옵니다.

그늘이 없어서 길가에 폐가를 발견하고 20분 정도 휴식하고,

길가다 그늘이 나오면 무조건 20분 정도는 휴식합니다.

 

몸이 보내는 메세지는 대략 이렇습니다.

 

몸이 정상 체온 상태에서 20분 정도 올레길을 걸으면,

체온이 상승하여 최고 수준의 온도에 도달합니다.

40도 이상의 온도부터,

기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해변가에 있지도 않는 정자가 보이는 환영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때 그늘에 들어가서 20분 정도 몸을 식히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다시 걷고 반복..

 

몸을 식히지 않고 걸으면 정말 위험할 것 같습니다.

올레길의 대부분이 그늘이나 쉴 곳이 충분치는 않기때문에 1시간이상 햇볓에 노출되는 상황이 종종있는데,

앞서 말한 증상이 계속되고 상태가 안 좋아지면,

오한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상태가 지속되면 장기괴사로 이어지는 일사병 증상이 발현된다고 하네요.

 

이틀째 올레길..

반대편에서 오는 올레꾼은 한명도 못봤고,

같은 방향으로 걷는 올레꾼은 5명 정도는 본 것 같습니다.

 

힘들고 지쳐도 맥주빨로 어떻게든 걸을 수 있었던 지난 트래킹의 경험이..

제주의 한여름 올레길은 통하지 않는 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자에 쓰러져 쉬고 있는데, (사진 재활용)

지역주민이 한분 정자로 오셔서 이런저런 얘길합니다.

 

주민 : 이 날씨에 올레길 걸은겨?

나 : 네.. ㅅㅂ 죽을거 같네요.. 다음부턴 절대 오면 안될 거 같네요. 걷다가 죽을 수도 있겠네요 #@$$)...

주민 : 내가 제주에 태어나서 70년을 이 섬에만 살았는데,

제주도의 여름은 다른 지역하고 틀려..

태양의 광선이 다르지..

제주의 여름 광선을 맞고 골병들어서 고생하는 사람 수없이 많이 봤어..

젊은이도 그냥 차타고 관광이나 설렁설렁 다니지.. 걷는 건 아니여..

나는 낚시를 좋아하는데 밤에만 다녀..

나 : 맞슴니더 맞슴니더 ㅠㅠ

 

4박의 여행일정이었으나,

올레길 2일차, 

더위먹고 혼이 나가서 다음날 아침비행기 타고 그냥 올라오는.. -_-;

 

이후 극한의 더위의 휴유증은 2주 정도 지속되었던 듯 하다.

몸속에 불이 지나간 느낌의 작열감과 무기력감이 지속되었다.

 

결론 : 여름 올레길은 절대로 가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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